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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3
지구 기후변화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와 대응 전략
2009/09/23 18:27
인사말씀 : 레이저 덕후가 레이저 포스팅은 못하고 본의 아니게 부주제인 지구 온난화에 대해서만 자꾸 포스팅을 하고 있습니다만, 널리 양해를.. 저녁에는 레이저 포스팅으로 찾아 뵙겠습니다. (_ _)

 노정태님이 약속하신대로 포스팅으로 입장을 정리해서 올려주셨다. 갖고 계신 책의 그래프까지 직접 촬영해서 올려주시는 부지런함에 감사를 표하며..

앞선 글타래들
노정태님 : 북극 1999-2009
실피드 : 북극의 얼음 면적 변화 추세
노정태님 : 기후 변화와 과학적 태도, 확실성의 문제

 노정태님이 포스팅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 과학적으로 토론하기 어렵다는 점을 밝히셨기에 서로의 입장 차이를 설명하고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한 대응 전략을 살펴보는 것으로 토론을 정리하고자 한다. 노정태님의 의견도 과학전공자나 전문가가 아닌 우리 같은 사람들에 알맞은 신중한 태도라는 것에 동의하며 그에 반박하려는 의도가 아님을 미리 밝혀둔다.

 지금까지의 포스팅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내용은 길지만..) 지구온난화 vs 회의론자의 입장의 차이를 설명하는 이슈는 간단하다.

A. 전 지구적인 범위의 온도 상승과 기후 변화는 인간으로 인해 발생한 것인가? 아닌가?
B. 변화를 막을 수 있는가? 변화에 적응해야 하는가?

두 가지 문제에 대해 각자 갖고 있는 생각이 다를 것이며 그에 따라 입장이 나뉜다. (이전에는 전 지구적인 온도 상승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극단적인 회의론자도 있었다는데, 지금은 그런 의견을 내는 학자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과학적인 토론의 내용은 대부분 저런 현상을 설명하는 메커니즘과 현재 상태에 대한 분석이다.

 이번에 올려주신 노정태님의 포스트에서는 지구 온난화 인간원인설의 입장이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는데, 지적하신 것처럼 과거 100-150년의 자료를 주요 근거로 삼고 있다. 본 블로그의 지난 포스트에서 언급한 인공위성 데이터는 "최근 데이터의 다각도적인 분석과 그 측정의 정확함"을 설명하는 동시에 가공하지 않은 데이터가 갖는 사실성이 과거나 미래를 설명하는 직접적인 근거가 되지 못하는 "한계성"을 이야기 했다.

 앞으로 10 년간의 기후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과거의 데이터가 필요할까?

 모델이 없는 데이터라면 과거의 데이터는 아무리 많아도 과거의 데이터일 뿐이다. 우리는 아무런 근거없이 예상해본다고 할 때도 가장 단순한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보통 아래 두 가지 가정 중 하나를 사용한다.

1. 지금까지의 변화가 계속될 것이라는 믿음. (변화율이 일정하다고 믿는다면 선형적 가정)
2. 변화가 주기적일 것이라는 믿음. (유행의 주기, 계절의 변화)

그 외에도 기초적인 미분방정식에 근거한 3. 기하급수적인 증가(인구), 4. S 형 곡선들이 있다.
여기서 어떤 형태의 변화를 따라갈지 정확히 따져보려면 과학적인 훈련이 필요하므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판단을 유보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판단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이런 선택이 개인적인 신뢰나 믿음의 문제로 넘어간다는 것에 동의한다. (주변에 전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다든지, 학계 주류의 의견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받아들인다든지)

 하지만 우리는 과거의 기록을 통해 따뜻한 시기도, 이산화탄소나 온실가스가 많았던 시기도 있었음을 알고 있다. (로마 온난기, 중세 온난기) 그리고 그 이전에도 오랜 시간동안 그런 변화를 주기적으로 겪어왔다는 결과가 있기에 현재의 변화 양상도 그 변화의 일부일거라는 믿음도 근거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메커니즘이 제안되고 있지만 지구 궤도 요소와 태양 활동에 의한 주기적 변화라는 설이 제법 근거를 얻고 있다. (지난 포스팅 참고 : 북극 온도 2000년만에 최고?)

 여기까지는 A 문제에 관한 이야기로 볼 수 있는데, 이론이나 설명의 경우에는 어떤 것을 받아들일 수도 그러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중요한 것은 B의 문제이다.

막을 수 있는가? 아니면 적응해야 하는가?

 주기적으로 계절이 변화하는 것처럼 다가오는 문제라면, 사마귀가 수레를 막아서는 식의 대응이 아니라 기후 변화에 적응하는 방향으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회의론자들의 입장이다. 회의론자들은 대개 정책이나 세계 정세에는 무관심한 사람으로 폄하되는 경향이 있는데, 제한된 자원을 어떻게 배분할 지에 대한 문제에도 매우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그 제한된 자원 (돈과 연구인력)이 온실가스 감축에 많이 쓰여지고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 동의할텐데, 그 자원을 저소득 국가에 의료, 교육, 기초생활 지원에 사용하고, 새로운 토지의 개간, 이주 문제와 같은 "기후변화 적응"으로 방향을 잡자는 것이 요지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기온 상승과 이산화탄소 농도에 대한 작물의 수확량에 대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다행히도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한다.) 비외른 롬보르가 세계의 유명 학자들을 불러모아 주어진 돈을 인류를 위해 가장 잘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 보고서도 있다.1 (상위권에는 아프리카의 AIDS 문제와 기타 질병 치료에 투자하는 것이 들어있다) [링크:Copenhagen Consensus 2008]

 좀 심하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 문제를 겨울동안 히터를 너무 많이 사용해서 봄이 오고 있는 것을 걱정하는 것과 다를게 없다고 생각한다. 지금 히터를 끄면 여름이 안올까?

 홍수가 나서 집이 물에 잠기는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은 물을 퍼내는 것이 아니라 피난하는 일이다.

 기후가 변해서 못살 동네가 되면 "이사하면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이상한 것이 아니라 당연한 것 아닌가? 이미 농지가 황무지로 변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이주를 하고 있으며 그것을 돕는 것(농업기술 공급, 농지개간)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이산화탄소를 줄여서 정말로 그런 변화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걸까? 나를 비롯한 온난화 위기론에 대한 회의론자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대기 오염을 막자는 문제라면 언제나 동의할 수 있다. (지구 온난화보다는 개발도상국으로 수출되는 쓰레기나 남획과 밀렵으로 인한 생태계 피해 문제가 환경운동의 쟁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지구 온난화가 저소득 국가에 피해를 준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 어떤 피해일지, 어떤 식의 대응이 옳을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지구가 더워져서 홍수가 나거나 가뭄이 올 수 있으니 화력발전소나 석유연료를 사용하지 말자고 아프리카 사람들한테 얘기하면 뭐라고 할까? 당장 의약품을 보관할 냉장고 하나 돌릴 형편도 안되는 상황에 태양열 판넬을 갖다주는 것이 과연 친환경적이라서 좋은 걸까?

 마지막으로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묻고 싶은 것은 "기후가 변하는 것이 싫은지, 두려운지"이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대책을 얘기하는 핵심에는 '인류의 자연에 대한 죄책감'과 '인류가 자연변화 조차도 막아낼 수 있다는 자만심'이 공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기후변화는 인류에게 해로운 것'이며 '막아내야 할 것'으로 간주하는 경우도 보아왔다. 하지만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지금껏 인류가 기후 변화를 대하는 전략과는 전혀 상반된 것으로 보인다. 지금의 인류는 변화하는 기후에 적응해 왔던 과거와는 달리 변화하는 기후와 싸우려 하고 있다.

 글세, 지구 온난화 이슈에는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내고 있으며 각자에게는 정리된 입장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 거대한 담론의 토론장에는 위에 말한 것 같은 자연에 대한 '죄책감'과 '자만심'이 얽힌 묘한 분위기가 깔려있다는 생각이 든다. 과학적인 자료는 믿지 않아도 상관없다. 정말 멀리 떨어져 있는 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을 걱정한다면 각자 생각하고, 그들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우린 사실 우리가 믿고 싶은 것만큼 그 사람들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나면 마음도 편하고 새로운 출발점에 설 수 있을 것 같다. (저는 매드사이언티스트라서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지구 온난화 문제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지금 열리고 있는 국제 기후변화 협약 UNFCCC의 회의 내용에도 관심을 가져보기 바란다. 개발도상국들이 왜 '그들과 우리 모두를 위한' 정책에 반대하는지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기를.

Power Green Growth, Protect the Planet
기후변화 정상회의의 캐치 프레이즈

 내용이야 어찌됐건 우리나라가 먹고 살기 좋아지면 그것이 국익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결정일 수도 있다. 그런 것은 과학적인 관점과는 별개의 이야기니까 어느 정도 인정해 줄 수 있다. 하지만 결론을 몽땅 믿어버리면 곤란하다는 이야기다. 다들 하는 이야기처럼 아무도 미래를 내다볼 수는 없으니까.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사실 지구 온난화를 '체감'하고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평균 기온 0.6도 변화를 감지하는 인간이라니! 얄밉군요. : 돌발 퀴즈 - 이 대사는 무엇의 패러디일까요? -_-)



Footnote.
  1. Copenhagen Consensus Center를 설립했으며 3권의 보고서『How to Spend $50 Billion to Make the World a Better Place』『Solutions for the World's Biggest Problems - Costs and Benefits』『Global Crises, Global Solutions를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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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9/23 18:27 2009/09/23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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