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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린 늑대토끼의 소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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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 관련된 글
2010/06/29
델리만쥬
2010/06/29 00:16
카테고리 : 일상
지난 주에 일이 있어서 퇴근 후에 기차타고 대전을 당일치기 했다. (...)
칼퇴근해서 퇴근버스를 타고 역으로 가니 시간이 조금 남아서 햄버거를 사고 플랫폼에 내려갔는데도 시간이 좀 남았다. 그런데 문득 보이는 델.리.만.쥬.

어릴 때 처음 먹었던 기억으로는 분명 굉장히 맛있었다. (많이는 못먹지만 한 두개라면)
가끔 부모님이 사주시거나 우연히 시간이 남아서 사먹을 땐 굉장히 즐거웠었다.
그러다 점점 여행에 익숙해지고 기차역을 주말마다 다니던 어느 날.

백산에 다녀올 때였던 것 같다.
무작정 산에 가고 싶어서 가진 돈 탈탈 털어서 갔던 여행이다보니 하산길엔 기차표 말고는 김밥 한 줄 사먹을 정도의 돈 밖에 없었다. (델리만쥬가 김밥보단 조금 더 비싸다)
마침 델리만쥬 앞에 시식용으로 그 작은 걸 반으로 잘라놓은 걸 몇 개 내놓은 게 눈에 띄었다.
웬만해선 백화점 시식대에서도 잘 먹지 않는 편이지만.. 여행자 신세에 뱃가죽이 등에 붙을 지경이었으니.
염치불구하고 두어개 집어먹는데, 꽤 허겁지겁 먹었나보다.

점원이 눈을 흘기며
 
"사실 거 아니면 그만 드세요!"

... 거지꼴이었던 건 맞지만 졸지에 진짜 거지 대접을 받은 기분에 즐거웠던 여행의 마지막은 엉망이 되었다.

그 뒤로 몇 년 간, 나는 델리만쥬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먹고 싶어도 절대로 먹지 않았다.


델리만쥬 가게가 내 앞에 나타났다.
성격 좋아보이는 아저씨랑 신참으로 보이는 아가씨 둘이서 열심히 틀에 재료를 부어넣고 있다.
"조금만 기다리시면 따끈따끈한 걸로 드릴게요- 시식이라도 좀 하세요^^"

예전같았으면 아마 옛날 경험 얘기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을텐데.. 묘한 기분이 들어서 그냥 조용히 생각했다. 주머니가 가볍던 학생시절, 돈 몇 푼 없어서 이상한 오해도 받고(?) 정말 본의 아니게 청승떨고 볼품없었던 시절이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작년까지도 그랬다. 월급도 받고 그럭저럭 밥 굶지 않고 살 형편이 된 지금, 그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어떤 것'과의 만남. 혹은 과거 내 모습과의 만남.

책도 사람도 영화도, 모든 경험에는 그런 구석이 있는 것 같다.
같은 내용처럼 보여도 같은 상황이 아니라면 다른 경험이다.

"돈 많이 벌어서 밥값 걱정하지 않게 될 때 다시 먹어볼테다"
라고 생각했던 그 때 그것. 혹시 그런 기억이 있으시다면 꼭 실천해보시길.


시절 그 맛은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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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29 00:16 2010/06/29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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